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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창조적인것들/디자인아이콘

1902 L'Assiette au Beurre



‘버터가 있는 그릇’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프랑스의 정치풍자 주간지 <라시엣뜨 오 뵈르(L'Assiette au Beurre)>. 프랑스 문화예술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벨 에포크(Belle Epoque) 시대에 호흡했던 이 잡지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주를 이룬 독특한 편집의 매체로 주목받았다. 1901년 4월 4일에 창간되어 593권을 끝으로 1912년 10월 15일에 폐간된 <라시엣뜨 오 뵈르>는 각 호마다 매번 다른 화가가 참여하여 하나의 주제를 갖고 풀어나간 잡지로서, 잡지 한 권 한 권이 작가 개인이 풀어낸 시각적 정치 풍자집이었다.

 

테오필 스탱랑(알렉산더 슈타인렌, Alexandre Steinlen)과 벤저민 라비에(Benjamin Rabie)와 같은 무명의 많은 화가들이 이 잡지를 통해 유명해지기도 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무정부주의를 옹호했던 자들로서 각 호마다 반자본주의, 반교권, 반군국주의, 반공무원 등을 주제로 내걸었다. 총 16편의 그림들이 매호 실렸는데 그림들은 화려한 색채로 전체 페이지에 걸쳐 찍혔으며, 각 그림에 짧은 캡션이 달렸다. 잡지의 주된 독자층은 정치적으로는 좌익이자 진보적 입장을 견지했던 프랑스의 중상류층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예술가의 사회적 참여와 이를 통한 사회 변혁의 가능성을 시험해나갔던 살아 있는 사회·정치적 발언의 장이었다.

 

한편 <라시엣뜨 오 뵈르>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편집되었던 잡지의 상징적 아이콘이기도 하다. 20세기 초반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고 인쇄기술의 발달과 함께 신문과 잡지에 사진들이 실리기 시작하면서 일러스트레이션은 점차 정보의 전달 역할을 사진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라시엣뜨 오 뵈르> 각호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지니는 정보 전달의 역할과 기능을 극대화해 보여준 한 편의 화려한 그래픽 저장고라고 볼 수 있다.

 

 

 

 전가경
이화여자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홍익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다. 디자인 회사 AGI 소사이어티에서 근무한 뒤 2007년부터 디자인 관련 글쓰기와 강의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세계의 아트디렉터 10]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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