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_리뷰/영화리뷰

내 이름은 칸 (2010)




인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온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리즈완 칸(샤룩 칸). 아스퍼거증후군을 앓고 있던 그는 매력적인 싱글맘 만디라(까졸)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가 힌두교도라는 점에 민감한 가족들의 만류에도 결혼을 강행하는 칸. 

허나 꿈같은 신혼 생활도 잠시,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위기가 찾아온다. 이슬람교에 대한 적대감이 미국 사회에 팽배한 것. 그러한 가운데 칸의 어린 아들이 무슬림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구타를 당해 사망하고 만다. 충격에 빠진 칸의 아내는 아들의 죽음이 남편이 무슬림이라는 원인에서 비롯되었다고 간주하고 칸에게 결별을 선언하는데…

인도 영화하면 으레 떠오르는 느낌이 있다. 단순한 선악구도 혹은 남녀 간의 갈등을 기본 플롯으로 하여 춤과 노래 그리고 액션과 사랑이 버무려진 버라이어티쇼를 보는듯한 기분 말이다. 그러나 카란 조하르 감독의 <내 이름은 칸>(2009)은 이러한 공식을 따르고 있지 않다. 예전 한국에서 개봉된 <신상>과 <춤추는 무뚜>와는 달리, 진지한 주제의식을 소재로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럼 이 영화에서 감독이 언급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주인공 칸이 자기 이름을 밝히면서 이어지는 멘트에 있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어필하는 이 대사는 영화 내내 극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여기서 칸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 자신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점을 밝히려는 의도는 치기어린 행위가 아니다. 자폐증환자의 이상행동은 더더욱 아니다. 그가 9.11테러의 여파로 누구 못지않게 피해를 입었고,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고서는 아내의 곁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인 비극의 전조는 비단 주인공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이슬람교도라면 누구라도 그 자신 증오와 복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그에 따라 대통령을 만나려는 칸의 행동을 통해 무슬림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인지했다. 

그것은 혹여 보복 당할까봐 이슬람교도라는 걸 숨기지 않고, 칸처럼 무슬림이 반드시 테러리스트는 아니라고 당당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 혹은 가치 있는 역할을 해서 ‘무슬림=테러리스트’라는 선입관을 바꿔 놓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내 이름은 칸>은 인도 출신의 무슬림인 주인공을 통해 미국의 소수민족들이 현재 겪고 있는 삶의 애환을 말한다. 미국은 굳이 이 영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전형적인 다민족국가이자 다문화사회라는 걸 알 수 있다. 

미국은 탄생부터 어느 특정 민족이 아닌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연방국가로 출발하였다.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로부터 지속적으로 이민이라는 신선한 수혈을 통해 오늘날의 세계 최강국을 실현시켰다. 

분명한 점은 특정 민족 혹은 종교에 대한 차별이 미국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줄었다는 것이다. 상기해보라. 소수 유색인종인 ‘버락 오바마’가 월등한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한편으로 영화 속 장면이 비단 미국에만 해당되진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우리 교과서에 단일민족을 강조하기 위해서 ‘배달의 자손’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실렸던 것이 이제는 어색하게 들리는 이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바로 한국 사회도 미국처럼 다민족 국가는 아닐지언정, 다문화 가정이란 표현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민족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인도계 소수민족들이 미국 대통령을 향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장면이 곧 한국에도 등장할 것 같다. 현재 한국 내 다문화가정이 확산일로에 있고 많은 동남아인들이 ‘코리안드림’을 품고 이 땅으로 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보면 21세기 한국사회도 지구촌의 축소판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것 같다

 

'☞_리뷰 > 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셉션 Inception (2010)  (0) 2012.03.26
레터스 투 줄리엣 (2010)  (0) 2012.03.26
시라노: 연애조작단 (2010)  (0) 2012.03.26
아바타 (Avatar, 2009)  (0) 2012.03.26
닌자 어쌔신 (Ninja Assassin, 2009)  (0) 2012.03.26